삼국지를 3번 읽으면 알 수 있는 인생의 진리 – 메타 인지

“삼국지 3번 읽은 사람과는 논쟁하지 말라.”

초등학생 시절 이 말을 듣고 부모님을 졸라 이문열 삼국지를 구입했다. 전부 10권이나 되는지라 가격이 만만치 않았을 텐데, 자식이 책을 보겠다고 하니 어려운 살림에도 부모님이 흔쾌히 구매해주셨다. 물론 이틀도 안 되어 보던 책을 집어 던졌다. 꼬꼬마가 보기에는 재미도 없고 어려운 책이었다. 그러다 만화방에서 60권짜리 만화 삼국지를 접하게 되었고, 나는 삼국지에 흠뻑 빠져버렸다. 그렇게 만화로 접하고, 게임으로 즐기고, 드라마를 찾아보며, 나중에는 이문열 삼국지까지 완독하게 되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힘에 끌렸다.

‘관우와 장비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여포는 그 둘에 유비까지 합세해도 승부를 내지 못했으니 여포가 최고다.’

‘합비의 장료도 명장이다.’

‘전쟁의 신이라 불린 관우를 베어 넘겼다는 마충은 도대체 누구냐?’

친구들과 이런 이야기를 옥신각신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다음에는 책략에 끌렸다. 백미는 적벽대전이었다. 제갈량은 짚 인형으로 사흘 만에 화살 10만 개를 구해왔다. 주유는 한 장의 쪽지로 채모와 장윤이라는 적군의 장수를 죽였다. 이에 더해 황개의 고육계, 방통의 연환계, 그리고 그 유명한 제갈량의 동남풍까지… 긴 서사를 갖춘 치열한 머리싸움은 단판으로 끝나는 힘 싸움보다 몰입감이 높았고, 나는 감탄을 지르며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3번째 읽었을 때, 나는 강력한 무력과 뛰어난 지략보다 무서운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운이다. 제갈량은 10년의 북벌 끝에 사마의를 불구덩이 속에 몰아넣지만, 하필이면 그때 비가 내려 화공은 실패로 돌아간다. 제갈량은 하늘이 조조를 도왔다며 이렇게 탄식한다.

  “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 成事在天)”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나, 그것을 이루는 것은 하늘이라는 말이다. 적벽에서 하늘이 불어준 동남풍에 화공이 성공했다면, 이번에는 하늘이 뿌린 비에 화공이 실패로 돌아갔다. 제갈량이라는 전략의 대가도 하늘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던 셈이다. 보통 소설에서 이런 전개가 나왔다면 우연을 남발한다고 대차게 까였을 것이다. 하지만 삼국지는 역사를 각색한 소설이다. 아무리 개연성 없는 전개라 할지라도 그게 현실이었다. 그래서 <멋진 신세계>의 작가 올더스 헉슬리는 이런 말을 남겼다.

  “픽션의 문제점은 그게 너무 말이 된다는 점이다. 반면 현실은 결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데 운은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운의 영향을 제대로 인지하는 사람은 적다. 대부분 운의 영향을 과소평가하며 실패를 무능과 게으름의 상징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아니면 반대로 ‘운이 나빴을 뿐이야’라고 정신 승리하며 실패를 외면하기도 한다. 이런 마인드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운의 함정에 빠진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자세로 운을 받아들여야 할까?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이 있다.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나서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성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되, 실패할까 봐 초조해하거나, 실패했다고 낙담하지 말라는 의미다. 이 말도 충분히 좋은 말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막연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그러다 얼마 전 한 권의 책을 읽게 되었다.

신영준 박사와 고영성 작가가 공동 집필한 <뼈 있는 아무 말 대잔치>(이하 <뼈아대>). 이 책은 삶에 도움이 되는 뼈 있는 인생 교훈을 친근한 문장 속에 녹여냈다. 그리고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 ‘운’에 관한 뼈 있는 이야기도 볼 수 있었다. 막연한 고사성어와 달리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었다. 그중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을 정리해보았다.

  1. 운을 실력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뼈아대>에서 ‘일 못하는 사람의 6가지 특성’을 꼽았는데, 그중 하나가 운을 실력으로 착각한다는 점이었다. 대부분의 성공담은 각고의 노력과 뛰어난 재능을 자랑한다. 겸손하게 보이려고 운이 좋아서 성공했다는 말을 덧붙이지만, 진심으로 운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하지만 성공에는 운이 따라야 한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인 ‘빌 게이츠’도 다르지 않다.

<아웃라이어>라는 책에는 빌 게이츠가 컴퓨터에 입문한 계기가 나온다. 빌 게이츠가 다니던 사립학교는 1960년대 공유터미널을 활용한 최첨단 컴퓨터실을 마련했고, 그는 원 없이 프로그래밍을 공부할 수 있었다. 후에는 학교 선배의 부모와 연결되어 어느 벤처회사의 컴퓨터를 활용하기까지 한다. 이 모든 일이 그가 중학생 때 벌어진 일이다.

그럼 빌 게이츠가 성공한 게 오로지 운이 좋았기 때문일까? 아니다. 그는 운을 접한 후 그 결과 값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학교가 끝나면 곧장 컴퓨터실로 달려갔고, 나중에는 학교마저 자퇴하고 프로그래밍에 몰두했다. 운이 왔을 때 그것을 잡는 능력. 이것은 실력이다.

자신의 노력과 실력만으로 성공을 이뤄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마찬가지로 운이 좋으면 만사 오케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또한 오산이다. 따라서 우리는 운과 실력을 구분할 수 있는 지식과 지혜를 갖춰야 한다. 이것이 <뼈아대>가 전해주는 첫 번째 교훈이었다.

  2.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메타 인지’가 높다고 한다. 메타 인지란 자신을 바라보는 인지 능력을 뜻한다. 내가 하는 행위가 어떤 결과를 낼지 아는 것을 말한다. 메타 인지가 높은 사람은 자신의 능력뿐만 아니라 한계까지도 명확하게 안다. 그렇기에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빠르게 파악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는 최선을 다하고, 할 수 없는 것은 빠르게 인정하고 기력을 쏟지 않는다.

운과 실력을 구분할 줄 안다면, 어떤 것에 노력을 기울일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운은 통제 불가능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어쩔 수 없다면 괜한 에너지를 쏟지 않아야 한다. 로또에 당첨되려고 공부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운에 해당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고민하며 시간을 보낸다. 대표적인 게 바로 ‘시험’이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는 열심히 공부해서 실력을 키워야 한다. 여기까지는 노력이 통하는 구간이다. 노력한 만큼 실력은 오르게 되어 있다. 하지만 성적이라는 결과에는 운이 작용한다. 우연히 당신이 약한 파트가 시험에 등장할 수도 있다. 반대로 평소에 재미로 읽었던 이야기가 지문으로 나올 수도 있다. 당신이 시험을 잘 봤더라도 경쟁자가 더 좋은 성적을 거둬 불합격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은 운이고, 당신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럼에도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전전긍긍한다. 결과 때문에 초조해하고, 결과에 낙심한다. 그러다 도리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공부는 시험을 잘 보려고 하면 안 된다. 공부는 지식을 쌓고 실력을 키우기 위해 해야 한다. 좋은 성적은 그에 따르는 덤으로 여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통제할 수 없는 결과에 집착하다 공부를 망칠 확률이 높다. 이럴 때 필요한 자세가 바로 ‘진인사대천명’이다. 최선을 다하되 결과는 하늘에 맡겨야 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늘에 맡겨야 할 일은 하늘에 맡겨야 한다. 이를 빠르게 구분할수록 성공에 가까워질 것이다. <뼈아대>를 읽고 난 후 진인사대천명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할 줄 아는 지혜였다.

  3. 처음 계획이 끝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삶은 너무나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여기에 운이라는 요소까지 더해진다. 내가 무엇을 계획하든 끝까지 지켜지는 일은 거의 없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했어도 불의의 실수나 사고로 계획이 와르르 무너지는 일이 빈번하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이 적지 않다. 그래서 완벽한 계획, 마스터 플랜을 세우겠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이에 관하여 워런 버핏의 동반자로 유명한 찰리 멍거는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다.

“우리 회사에는 마스터 플랜이 없습니다. 그런 걸 시도하는 사람은 모두 해고했어요.”

삶이 계획대로, 예상대로, 방해 없이 진행될 수 있다면 우리는 최적의 출발 상태 즉, 계획에만 신경 쓰면 된다.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우리 삶은 예기치 못한 갖가지 변화와 싸워야 한다. 따라서 완벽한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는 적절히 수정할 줄 아는 유연함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새롭게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정신 건강에도 좋고 목표에 안착할 확률도 높아진다.

그런데 <뼈아대>는 여기에 한 가지 요소를 더한다. 바로 ‘그릿’이다. 말이야 쉽지, 계획이 틀어지면 멘탈이 무너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계획이 틀어지더라도 끈기있게 도전할 수 있는 그릿이 필요하다. <뼈아대>를 통해 얻게 된 세 번째 교훈이다.

나어린 시절에는 운이 이렇게 무서운 줄 몰랐다. 그런데 나이를 먹다 보니 운이라는 것만큼 무서운 게 없더라. 1997년에 IMF가 터진 게 아버지 탓이 아니었듯, 2008년 세계 금융 위기가 터진 것도 내 탓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많은 고통을 당해야 했다.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부조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세상이란 원래 부조리한 법이다.

하지만 세상이 부조리하다고 한탄만 하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운은 통제할 수 없지만, 운의 영향을 극대화하거나 감소시킬 순 있다. 물들어 왔을 때 노 저을 줄 알아야 하고, 물이 넘치면 피할 줄도 알아야 한다. 행운을 붙잡고, 불운을 피하는 것. 그게 바로 실력이고 지혜인 셈이다.

출처 : https://jolggu.tistory.com/141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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